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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서울에서 잘 놀던 내가 지방에 내려온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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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일과는 항상 비슷하다.

10시쯤 느즈막히 일어나서 가볍게 토스트를 해먹는다.

내가 사는 원룸에는 주로 밤이나 새벽에 일하는 사람들이 많은지

아침과 낮에는 조용해서 살기가 좋다.

 

11시쯤해서,

한 10분쯤 걸어서 가면 내가 얻어놓은 지하 중고서점에 도착한다.

저번에도 말했듯이 돈 벌자고 개업한 가게가 아니라서,

대충 구색 맟추어 가져다 놓은 책들만이 있을 뿐이다.

게다가 내가 사는 동네는 지방에서도 그래도 좀 산다는 중산층들이 사는 주택가와

아파트 단지라서, 별 볼품없는 중고책들을 찾는 고객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다시 말해서,

참 시간 때우기 좋은 직장인 셈이다.

 

워낙 어릴때부터 책을 좋아해온 성격탓에

가게에는 조선일보 같은신문을 구독하지 않아도 심심하지는 않다.

어제 읽다만 무협지를 한 200페이지 읽다가, 커피 한잔 먹는게 오전에 할일의

전부이다.

 

가끔 동네에 가까운 시립도서관에 다니는 대학생 한두명이

혹시나, 중고 공무원 책이 있을까 하여 들리기도 하는데....

한 20분 정도면 다시 사라진다.

가게에 갖다놓은 시험 관련책이 너무 오래된 탓이라, 도저히 수험에 쓸수없다고

나에게 불평한마디 남기고 다시 사라진다.

 

점심때가 좀 지난후,

남들이 오후 일과에 몰두할때쯤해서, 점심식사를 대놓고 먹는 밥집에

어슬렁거리면서 가게 된다.

 

이 가게는 조그만한 시장 귀퉁이의 밥집인데,

메뉴도 4~5개 정도 밖에 없는데, 우선 반찬이 5,6개씩 내어주면서 밥값은

5천원, 6천원이면 먹을수 있어서 자주 오는 곳이다.

그리고 다른 김밥집보다 월등히 맛이 좋아서 자주 오게 된다.

 

한가지 단점은,

너무 손님이 많고, 점심,저녁시간에는 근처의 단골 공무원들이

자주 오는 셈이라. 그런 시간대를 피하는 것이 좀 .... 귀찮을 뿐이다.

 

좋은 직업이란걸 갖지 못하면

알아사 피해 다니는 ...피해의식이 나도 모르게 생기는 것이다.

어쨌튼 그런 기분도 맛있는 정식이나, 고추장 불고기 한판이면 깔끔하게 잊혀지니,

뭐...그렇게 힘든 사연도 아닌셈이긴 하다...

 

 

오후에는 6시쯤 가게 문을 닫거나 하고,

근처의 도서관에 들러서 소설이나 못본 디브이디 비디오를 빌려 보면서

하루를 마무리 하게된다.

 

남들이 보면 실업자의 전형이라고

욕할지는 모르지만.... 요즘 나는 꽤 내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

어쩌면 5년간의 직장생활의 피로가 너무 나를 지치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나 스스로의 능력이 없음을 직시한

실망감이 이렇게 무력한 삶을 즐겁게 받아들이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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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하는 아가씨나 내또래의 아저씨의 즐거운 이야기 소리를 들으면서,

나도 회사에서 퇴근하는 것처럼 그 틈에 약간의

즐거움이라도 느껴보려고 애쓰면서 집으로 가는 일이 많아진다.

역시,

 

사람은 혼자 살수는 없는 동물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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